현대건축 · 2010년 준공
승효상 (Seung H-Sang, 이로재)
랜드스케이프 추모 건축 & 자연 박석 광장
봉화산 사자바위 아래, 땅을 파내어 조성한 가장 낮은 추모의 공간. 승효상의 국가 묘역 건축.
- 건축가
- 승효상 (Seung H-Sang, 이로재)
- 준공
- 2010년
- 양식
- 랜드스케이프 추모 건축 & 자연 박석 광장
- 주소
-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03 길찾기
먼저 알고 갈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는 봉분이 없다. 낮고 평평한 너럭바위 하나가 봉분 역할을 하고, 비문 대신 시민 추모글을 새긴 박석 약 1만 5천 개가 바닥에 깔려 있다.
언제 어떻게 지어졌을까?
2009년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뜻에 따라 고향 봉하마을에 묘역을 만들었고, 같은 해 국가보존묘지 제1호로 지정되었다. 국가보존묘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장 등을 치른 인물의 묘지에 면적과 비석 크기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로, 두 번째 지정은 2022년에야 이루어졌다. 시민이 낸 박석 기부금 등 10여억 원으로 묘역을 넓히는 공사는 2009년 11월 중순 시작해 약 6개월 뒤 끝났고, 2010년 5월 19일 언론에 처음 공개되었다. 완공된 묘역 면적은 3,206㎡이며, 관리는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가 맡았다. 이후 매년 5월 23일 이곳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누가 만들었을까?
묘역 설계의 총책임은 건축가 승효상이 맡았고, 서거 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묘역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승효상은 김수근의 뒤를 잇는 건축가로 소개된다. 같은 마을의 대통령 사저와 생가는 건축가 정기용(1945~2011)이 설계해, 봉하마을에서는 두 건축가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함께 볼 수 있다. 박석 가운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이희호 여사가 직접 쓴 글씨, 지관 스님과 송기인 신부가 남긴 글도 들어 있다.
공간 뜯어보기
박석은 얇고 넓적하게 떠낸 돌을 말한다. 묘역 전체는 반듯한 삼각형 평면이고, 진입 마당에서 묘소까지 약 100m다. 입구에는 직삼각형 모양의 작은 연못인 수반을 두어 참배객이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정돈하도록 했다. 바닥에는 추모글을 새긴 박석 1만 5천 개와 글씨가 없는 자연 박석 2만 3천 개가 함께 깔렸고, 새긴 박석은 서거 당시 나이 63세에 맞춰 6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기부자가 자기 박석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묘소 뒤에는 표면의 녹층이 부식을 늦추도록 만든 내후성 강판으로 곡장, 곧 묘를 둘러싼 담을 세웠으며, 확장 공사 때 길이가 30m에서 60m로 늘었다. 가장자리는 장대석으로 축대를 쌓고 비자나무 등을 심었으며, 바닥 사이로 수로 두 줄이 지난다. 헌화와 분향 시설은 묘소에서 약 30m 앞에 따로 두었다. 한 지역 기고는 이 묘역이 종묘 월대를 바탕으로 했고 입구에 제주식 정낭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높이 세운 구조물 대신 낮고 넓은 돌 바닥을 깔았기 때문에, 방문자는 위를 올려다보는 대신 발밑의 글을 읽으며 너럭바위 쪽으로 걸어가게 된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이야기
역대 대통령 묘소는 대개 봉분과 큰 비석으로 격을 드러내 왔다. 이 묘역은 유언의 「아주 작은 비석」을 따르면서 비문을 쓰는 역할을 시민 수만 명의 짧은 글로 넘겼다. 너럭바위 아래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어록이 새겨져 있어, 바닥의 시민 박석과 비석의 문장이 같은 대상, 곧 시민을 가리킨다. 추모글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바닥에 놓여 있다.
동네 속 이 건물의 존재감
묘역은 봉화산 자락 아래 봉하마을 안쪽에 있고, 묘역 뒤편 오른쪽에 사자바위, 왼쪽에 부엉이바위가 보인다. 주변에는 정기용이 설계한 사저와 생가,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 있고, 마을 둘레로 화포천과 생태체험장이 이어진다.
현장에서 꼭 볼 꿀포인트
- 입구의 직삼각형 수반 앞에 서서 연못의 긴 변이 묘소로 향하는 동선과 어떻게 놓였는지 확인한다.
- 바닥 박석의 구역 번호를 따라 걸으며 추모글을 새긴 돌과 글씨 없는 자연 박석이 어떻게 섞여 있는지 살펴본다.
- 수로 옆 바닥돌에서 이희호 여사가 쓴 「내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 글씨를 찾는다.
- 너럭바위 뒤 내후성 강판 곡장의 녹슨 표면을 보고, 그 너머 사자바위와 부엉이바위의 위치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