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 · 2020년 준공
마리오 보타 (Mario Botta, 스위스) · 한만원 (HnSa 건축사사무소)
붉은 벽돌 원형 트윈 타워 & 빛의 채광 천창 성당
순교성지에 세워진 40m 높이의 붉은 벽돌 쌍둥이 타워. 천장의 슬릿 창으로 제단 위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대성당.
- 건축가
- 마리오 보타 (Mario Botta, 스위스) · 한만원 (HnSa 건축사사무소)
- 준공
- 2020년
- 양식
- 붉은 벽돌 원형 트윈 타워 & 빛의 채광 천창 성당
- 주소
-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길찾기
먼저 알고 갈 이야기
40m 높이로 솟은 두 개의 반원형 탑 꼭대기에는 제단 위로 빛을 들이는 천창이 있다. 대성당 몸체의 절반 이상은 땅속에 묻혀 있어, 밖에서 보이는 것은 건물의 일부에 불과하다.
언제 어떻게 지어졌을까?
남양성모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신자들이 처형된 곳으로, 1983년 무렵 순교지로 확인되었다. 1989년 부임한 이상각 신부가 성지 조성을 이어받았고, 성지는 1991년 10월 7일 한국 천주교 첫 성모 마리아 성지로 봉헌되었다.
성지 봉헌 20주년인 2011년 이상각 신부는 신자들의 성금으로 대성당을 짓기로 했다. 처음에는 3,000명 규모를 구상했으나 입지와 지붕 구조 문제로 약 1,300명 규모로 줄였다. 설계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여러 차례 수정되었고, 공사는 2017년 4월 시작해 2020년 12월 마쳤다. 독일에서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을 재조립하는 데 3년 반 넘게 걸렸다.
대성당은 제28회 가톨릭 미술상(건축 부문) 수상작으로 2025년 1월 발표되었다.
누가 만들었을까?
설계는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HnSa 건축사사무소의 한만원이 함께 했다. 보타는 프랑스 에브리 대성당, 토리노 산토 볼토 성당 등 종교 건축을 많이 설계했고, 서울에서는 교보타워와 리움미술관 1관을 설계했다. 한만원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아키텍티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한국 쪽 설계를 함께 맡고 이후 남양 성모성지 총괄건축가로 일했다.
이상각 신부는 원래 페터 춤토르에게 대성당 설계를 맡기려 했으나, 교보타워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의 권유로 보타와 연결되었다. 춤토르는 대성당이 아니라 성지 안의 차 마시는 건물(티 채플)을 따로 설계했으나, 종교 건물이 아니어서 신자 성금을 쓸 수 없어 착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단의 눈을 뜬 십자고상과 좌우 유리 성화는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이다.
공간 뜯어보기
보타는 성지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골라 대성당을 두었다. 필요한 큰 부피를 지형에 맞추기 위해 상당 부분을 지하에 넣었고, 순례길이 끝나는 곳에 정문이 있다. 방문자는 정문으로 들어가 양쪽 계단을 올라 2층 대성전에 닿는다. 지하 1층에는 평일 미사용 소성당(약 350석)이 있다.
두 탑은 지하에서 시작해 제단보다 약 40m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탑 꼭대기의 반원형 천창과 두 탑 사이의 좁은 세로 창이 제단 위로 빛을 들이고, 지붕 트러스(삼각형으로 짠 뼈대) 사이의 천창도 빛을 보탠다. 그래서 흐리지 않은 낮에는 조명 없이 미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한다. 성지 측은 하지 정오에 빛이 탑 한가운데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외벽과 내벽은 모두 치장벽돌(마감재로 그대로 드러나는 벽돌)이다. 측면의 반원형 제실에서 소리가 한곳에 모이는 문제는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아 소리를 흩어 해결했고, 삼각형 천장이 소리를 튕기는 문제는 속이 빈 트러스와 틈이 있는 목재 루버로 풀었다. 건물과 땅 사이에 공기 통로를 두어 땅속의 일정한 온도로 공기를 데우거나 식히는 방식(서멀 래버린스)도 적용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이야기
이 대성당은 병인박해 때 신자들이 처형된 땅에 순례 시설과 지역 주민이 쓰는 문화공간을 함께 두려고 지은 건물이다. 이상각 신부는 단체 버스 순례에서 개인이 찾아와 쉬는 순례로 바뀐다고 보고, 소쇄원처럼 자연 가까이 머무는 성지를 목표로 했다. 대성당이 미사뿐 아니라 음악회 장소로 설계된 것도 문화시설이 적은 지역 주민을 위한 선택이었다. 가톨릭 미술상 심사위원회도 종교 공간을 넘어 순례자와 주민의 문화공간으로 쓰임을 넓힌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동네 속 이 건물의 존재감
성지는 화성시 남양읍 시가지 가장자리, 낮은 산에서 시가지로 내려오는 남북 방향 골짜기에 있다. 한때 논밖에 없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아파트와 상가가 가까이 들어서 있다. 성지 안에는 승효상이 조성하는 「순교자의 언덕」, 정영선의 조경 등 다른 설계자들의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꼭 볼 꿀포인트
- 정면에서 두 탑 사이의 좁은 세로 창과 그 위에 달린 작은 종들을 찾아본다.
- 탑 외벽 가까이에서 매끈한 붉은 벽돌과 표면이 거친 흰 벽돌이 번갈아 쌓인 줄무늬를 확인한다.
- 대성전 제단 위에서 탑의 천창으로 들어온 빛이 벽에 만드는 날개 모양 그림자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옮겨가는지 본다.
- 줄리아노 반지의 십자고상에서 눈을 뜬 얼굴과 뒤에서 앞으로 박힌 못의 방향을 살펴본다.
- 건물 밖으로 나와 몸체가 경사지에 얼마나 묻혀 있는지 옆면에서 가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