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 · 2000년 준공
승효상 (Seung H-Sang, 이로재)
코르텐강(내후성강판) & 보이드(Void) 분절 매스 건축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2000)
붉게 녹슨 코르텐강(내후성 강판) 박스 4개 사이를 비워 지은 승효상의 건물.
- 건축가
- 승효상 (Seung H-Sang, 이로재)
- 준공
- 2000년
- 양식
- 코르텐강(내후성강판) & 보이드(Void) 분절 매스 건축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72 길찾기
먼저 알고 갈 이야기
웰콤시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축 외장에 내후성 강판(표면에 일부러 녹을 슬게 해 그 녹이 속을 보호하게 만든 철판)을 쓴 건물이다. 승효상은 원래 교량용으로 개발된 이 재료로 네 채의 사무 공간을 감싸고, 그 사이를 비워 동네 쪽으로 틈을 냈다.
언제 어떻게 지어졌을까?
웰콤시티는 광고회사 웰콤의 사옥으로 2000년 중구 장충동2가에 완공되었다. 웰콤은 1987년 박우덕, 문애란, 김태형 등 광고업계 1세대가 세운 국내 첫 독립 광고대행사(대기업 계열이 아닌 광고회사)다. 건물은 2006년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의 「이달의 건축환경문화」로 선정되었다.
한국일보 2014년 보도에 따르면 이후 이 건물에는 더 슬레이트, 오래와새, 빅앤트 인터내셔널 등 여러 광고 기획·제작사가 입주해 광고인들이 모인 건물로 쓰였다.
누가 만들었을까?
승효상은 이로재를 이끄는 건축가로,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에서 자신이 배운 건축 지식이 모두 담겨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생각을 1992년 4.3그룹 전시에서 「빈자의 미학」으로 발표했다. 적게 쓰고 비워서 여럿이 함께 쓰는 공간을 만든다는 이 개념은, 광고회사 사옥이라는 상업 건물인 웰콤시티에서 건물 사이의 빈 땅으로 구현되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승효상은 건축은 단순할수록 좋으며, 예술 작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뜯어보기
건물은 하나의 큰 덩어리가 아니라 네 채로 나뉘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채와 채 사이를 빈 공간으로 남긴 것은, 뒤편 주택가에서 건물을 넘어 도시와 자연 풍경을 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설명된다. 큰 사옥이 동네의 시야를 막는 벽이 되지 않도록 덩어리를 쪼갠 것이다.
네 채의 외벽은 내후성 강판으로 마감했다. 이 철판은 시간이 지나며 표면에 녹이 슬어 색이 변하고, 표면의 녹층이 더 깊은 부식을 늦춘다.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도 되는 재료를 택하고 색의 변화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건물 표면은 완공 이후 시간이 흐른 만큼 달라져 있다.
입구로 들어가는 통로는 조선시대 양반집의 행랑채 사이 길을 떠올리게 하고, 건물 사이의 좁은 복도는 미로처럼 이어진다. 선정 당시 위원회는 이런 통로가 방문객에게 공간을 찾아가는 경험을 준다고 평가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이야기
상업 광고회사의 사옥이 건물 면적을 줄여 동네와 나누는 빈 공간을 만든 점은, 비움과 공공성을 강조한 승효상의 주장이 도시 건축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준다. 대기업 계열이 아닌 독립 광고회사들이 한 건물에 모였다는 사실도, 이 건물이 한 회사의 사옥을 넘어 업계의 작은 거점으로 쓰였음을 보여준다.
동네 속 이 건물의 존재감
건물은 중구 장충동2가 주택가에 있다. 선정 당시 위원회는 네 채 사이의 빈 공간이 주변 동네에서 건물 너머의 자연 경관을 볼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꼭 볼 꿀포인트
- 길 건너편에서 네 채의 강판 덩어리와 그 사이의 틈을 확인하고, 틈 너머로 무엇이 보이는지 본다.
- 외벽 강판 가까이에서 녹의 색이 위아래, 빗물이 흐르는 자리마다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
- 입구 통로의 폭과 방향이 꺾이는 지점을 따라 걸으며 행랑채 사이 길에 비유된 이유를 생각해 본다.
- 뒤편 주택가 골목으로 올라가 건물 사이 틈이 주택 쪽에서는 어떤 풍경을 열어 주는지 본다.